자고, 먹고, 싸고 그리고 글쓰고 ✍
컨셉진 50일간 글쓰기 프로젝트 49일 완성, 출판작 당선 실패를 하고 나서 오랜만에 글을 쓰니 감회가 새롭다. 추석이 지나고 지난 15일간, 10월의 2주가 지날 동안 바쁜 날을 제외하곤 계속 잠을 잤다. 빅이슈 코리아 10월호 인터뷰를 마감하기 위해, 졸업 논문 피드백을 받기 위함을 제외하고는 한 글자도 글을 쓰지 않았다. 가끔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기도 했는데, 휘발성이 강해서 언제든지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종류의 글이었다.
늦게 일어나서 점심 때가 훌쩍 지나고 한 끼를 챙겨 먹으며 "계획한 일들을 해야지"라면서 다시 계획하거나, 일찍 일어나는 날에는 밥을 먹고 다시 누워 낮잠을 오래도록 잤다. 언제 일어나는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잠이 안 올 때까지 자고 일어나는 것만이 중요했다.
하루 종일 누워서 폰을 봤던 날도 있었는데, 심지어 기피하던 먹방을 6시간 동안이나 보기도 했다. 먹방은 주로 떡볶이나 라면, 튀김류 같이 사운드가 잘 들리는 메뉴들로 중복되었는데, 그러다보니 다른 메뉴는 없나 찾아보게 되었고, 다른 먹방들과 다르게 한식이나 집 밥 위주로, 무엇보다 어떠한 꾸밈도 없이 '찐' 먹방을 하는 채널(클릭! '배블리')에 매료되어 역시 사람은 본인이 잘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겹치면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일이 명확하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연속적으로 넘나들며 많은 영상들도 섭렵하며 지냈다. 유튜브는 주로 'N시간 재생'의 음악들이나 자기계발류의 영상들이었고, 넷플릭스는 요즘 핫하다는 오징어 게임과 갯마을 차차차를 포함한 Top 10 영상들이었다. 각각의 리뷰도 재밌을 것 같은데 영상물 리뷰를 안 쓴지 너무 오래 되어 자신이 없다.
먹고, 자고, 싸며 지극히 본능에 충실한 생활을 하며 지냈다. 지난 공휴일에 2살, 1살 된 조카들을 보고 왔는데, 얘네의 생활과 다를 게 없었다. 평소에 장이 안 좋은데, 이제는 위까지 안 좋아진 것 같아 식단에 신경쓰려하지만 라떼와 라면은 너무 맛있다. 그래도 커피는 줄이려 노력하고있다. 조카들이 배가 고플 때 우는 것처럼, 나도 배고프면 울고 싶지만 어른이니까 참거나 직접 음식을 준비해서 먹어야 한다. 어쩔 때는 무한히 반복되는 이 먹고 사는 과정을 위해 사는건가 싶어서 좀 허무할 때가 있다.
언니네 집이 김포고, 나는 대전에서 지내고 있어서, 거리가 꽤 된다. 덕분에 오랜만에 교통수단에서 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내 기준 가장 집중이 잘 되는 독서 시간이다. 버스 안이나 지하철 안의 백색소음이 내게 딱 적당하다. 이상하게 나는 너무 조용하거나 시끄러운 장소에서 책을 읽을 수 없어서, 정말 재미있는 책일 경우에만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집중하며 독서한다. 또한 교통수단 내의 독서는 독서 시간을 강제적으로 정해줄 수 있어 좋다. 집에서 책을 읽으면 10분도 안지나서 침대의 유혹에 굴복하고, 카페는 음료를 다 마시면 눈치가 보이고, 도서관은 너무 조용하며 이미 좋은 자리는 할아버지 분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어서 독서 타이밍이 적절하지 못하다. 하지만 교통수단에서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책을 그만 읽으면 되니, 이 얼마나 간단한가.
보름 간의 신생아 같은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다시 블로그에 왔다. 어제 축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아 감사히 차를 태워다주는 언니와 함께 출판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며 블로그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출판과 글쓰기에 관하여 대화 상대를 만났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스스로의 가치를 더더욱 올리고 싶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앞으로도 모르는 것이 더 많겠지만,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공부해나가고 싶다. 요즘 하늘이 너무 예쁜데, 곧 겨울이 시작될 생각을 하니 가을에 집착하고 싶어졌다. 하루 하루를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블로그에 글로 남겨야겠다. 그렇게 글로 기록해나가는 것이 가장 유희스러운 삶의 방식이다. 유희적인 공간에 유희적인 것들로 가득 채워 나가는 것이 나의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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