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는 나는 물건을 정리하면서, 무엇을 소유할 지에 대해
2022년이 밝았다. 세 달이나 지났지만, 이제야 2022년이 시작되었다는 기분이다. 2021년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2022년 1월부터 2월까지 일을 하고, 3월에는 다른 지역으로 한번 더 이동 후 코로나에 걸려 정신 없이 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4월을 앞두고 또 다시 지역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지난 날들을 정리하고 2022년을 제대로 살아가야 한다.
1. 2021년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대전에서 자취방을 정리할 때, 당근 거래를 지양하고 무료 나눔을 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고,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었다. 당근 마켓에서 빌런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 일일이 물건에 가격을 붙이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지만, 단순하게 내가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그냥 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다. 그저 나는 그 물건이 필요하지 않았을 뿐이지, 어떤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짐을 정리하고 무사히 김해에 도착해서 연말과 연시를 아빠와 조용히 보냈다.
2. 2022년 1월부터 2월까지 일을 하고
대전에서 이사 후 김해에서 좀 쉬다가 1월 3일에 용인에서 첫 출근을 했다.
대전에서 김해로 가기 전, 퇴사를 하고 평온하게 지내고 있을 때, 학과 교수님으로부터 학교에서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연락이 왔었다. 그때 오랜만에 자소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니 삶에 활기가 돌았었다. 사실 퇴사를 하고 3개월 째에 접어들었을 때라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술술 채워지는 자소서와 만족스러운 면접을 끝내고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는데 좀 재밌다는 생각을 했었다.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이상한 자신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결과는 합격이었고,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던 후배의 도움으로 하루 만에 학교 앞에 단기로 방을 구했다. 운이 정말 좋았다.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영상 제작 작업이 주된 업무였다. 두 달 동안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뿌듯했다. 팀을 나누어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혼자서 영상 편집을 하면서 오랜만에 영상 작업을 위해 움직이니 옛날 기억(북튜브)도 새록새록 나고, 모션 그래픽 영역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코로나로 단축 근무 기간이라 10시부터 4시 출퇴근 후 독서를 하거나 친구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냈다. 학교 도서관과 지역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소설에만 치우쳐져 있는 책 읽기 습관을 고치자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 소설이 최고
1위는 아오야마 미치코 - 도서실에 있어요
2위는 김숨 - 물
3위는 소설은 아니지만 이은혜 - 읽는 직업
일을 하면서 Y라는 친구를 만났다. 같은 나이에 공감하는 주제들이 너무나 많아서 친해질 수 밖에 없었는데, 무엇보다 Y는 우아했다. 고상한 느낌이라기보다 사람 자체가 깔끔하고 태도가 나이스해서 풍기는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달까. 웃음 코드가 잘 맞아서, 근무를 하면서 즐거웠다. 둘 다 3월에 생일이라 3월에 한 번 보기로 했는데 코로나가 우리를 갈라 놓았다. 암미슈
3. 3월에는 다른 지역으로 한번 더 이동 후 코로나에 걸려 정신 없이
한창 대전에서 근무 중이었을 때 수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 E로부터 함께 지내도 된다는 연락이 왔었다. 2월까지 용인에서 근무를 하고, 서울로 갈 지 김해로 갈 지 고민을 하던 차에 수원에서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E의 삶을 가까이서 함께 하며, 깔끔한 생활 습관과 정성스럽게 음식을 챙겨 놓는 살림을 배울 수 있었다. 덕분에 깨끗하고 배부르게 지낼 수 있었다.
약 일주일간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초등학교 친구로부터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해에 잠시 머무르려던 게 그만 코로나에 걸려 10일 동안 머무르는 생활을 보내고 말았다. 격리 해제가 된 후 수원으로 다시 올라왔고, 남은 날은 일주일 가량. 헤어지는 날을 알고 있기에 더욱 아쉬운 날들 속에서 (역시나 깨끗하고 배부르게 보내면서) 나는 또다시 다른 도시로 갈 준비를 했다.
4. 4월을 앞두고 또 다시 지역 이동을 준비
대전에서 김해로, 김해에서 용인으로, 용인에서 수원으로, 수원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나는 물건을 정리하면서, 무엇을 소유할 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선택했다. 그 많던 책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 사고 싶은 물건의 소유 기간은 얼마나 될까? 7년에 걸친 이동 생활을 하면서 이번에 이동하는 짐이 역대급으로 적었으나(120박스 2개, 80박스 3개) 이 역시 이불과 겨울짐이 대부분 김해 집에 있고 주방 용품이 거의 없는 덕택이다.
2022년에는 매번 다짐했던 사진첩 정리에 드디어 성공했는데, 기록 또한 한 번에 사진첩을 정리하듯 결산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정리를 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낀다. 오늘 기록도 틈틈이 메모장에 써 놓은 것들이 있었기에 풀어낼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사진을 정리하고 있어서 두 달 동안 50여장 내외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재 가장 만족스러운 상태(더 줄여야지..)인데, 소유하는 물건들 역시 그렇게 주기적으로 관리하다 보면 꼭 필요하고 소유할 만한 물건들만 남지 않을까.
물건을 줄여야 한다는 강박은 유목민과 같은 1인 월세 가구에게는 평생 숙제다. 오래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당장 그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도 좁은 평수의 집에서 지낼 수 밖에 없는 나는 물건을 어차피 줄여야 하고, 물건을 줄이다 보면 반드시 필요한 물건만 남으니까 뭐 이런 생활을 지향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그러나 자발적으로 물건을 줄여야지 억지로 물건을 줄이게 되면 조금 우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좋아하는 걸 찾으려 책을 읽다가, 책을 좋아하는 걸 발견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