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의 회사 생활🤦‍♀️ 모빌스 그룹ㅣ프리워커스ㅣRHK

독서 기록인 동시에 나의 이야기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를 알게 된 건 우연인가 필연인가. 

5월 초, 회사 생활에 싫증이 나지만 그만둘 수는 없는 상태였다. 아직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금이 남아 있었고, 계약 기간(1년)이 끝나기 전에 제 발로 물러나기엔 "뭔가를 배웠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대학생에서 회사원이 되어, 갑자기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된 것일까라며 회사를 다니는 이유에 대해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일'을 시작한 4개월 동안 의, 식, 주가 완전히 바뀐 삶을 살아가고 있었기에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일상을 블로그에 정성스럽게 기록하며 의미를 찾았던 지난 4년 간의 삶을 그리워하며, 토익 시험과 졸업 논문을 작성하면서 1년 동안 졸업 준비를 하며 유유히 보내자던 계획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책 읽기는 커녕 블로그에 기록조차 하지 않으며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최악인 건 이런 상황에서 출근은 계속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사 사람들은 그들은 모를, 앞으로도 모를 예정인,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정리 수준에 불과한 일상 기록을 겨우 해내면서 난잡한 일 처리 과정을 그야말로 견디고 있었다.

독서하는 삶이 보장된 일을 하자며 대학 때 그렇게 다짐해왔는데, 독서보다는 잠을 우선시 했었다. 잠을 제대로 자야 일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기존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주말에 몰아 약속을 잡고 만나기 바빴고, 새로운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기 시작했는데, 문득 이렇게 일하며 지내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떠올랐다.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고,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에 무엇을 포기했어야 했는지 잘 모르겠다. 혼자 살아내야 하는 내게는 다 소중했으니까 말이다. 돈도, 졸업 준비도, 일상 기록도 다 중요한 21년 상반기였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동네 서점에 들렀고, 내 마음을 아셨는지 판매 목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서점원은 『프리워커스』라는 책을 추천해주시면서 '모티비'를 아느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대답하며 표지를 보는데 '일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혹시 이 책을 읽으면, 일하며 우울했던 순간들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일하는 방식에 질문을 제대로 던지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라며, 홀리듯 구매했다. 모빌스 그룹의 '프리워커스'라는 책은 그렇게 우연히 내 삶에 찾아왔다. 어쩌면 직장에서 명쾌한 해답을 찾고자 헤매던 순간의 내게 일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삶의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해본다.   

삼세판 독서

유튜브 MoTV 채널의 모빌스 그룹은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꽤 유명한 모빌스 그룹의 영상 콘텐츠는 우선적으로 제쳐두고, 책을 읽자며 펼쳤다. 그리고 실망했다. 이 책을 통해 어떻게 일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해답을 기대하며 읽었기 때문에 그만큼 크게 실망했다. 아, 이 사람들은 이렇게 일하는구나. 그런데 나랑은 상황이 정말 많이 다르다. 자유롭게 일 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네, 부럽다. 나는 지금 능력을 길러야 하는 순간이구나. 

그리고 일주일 쯤 뒤에 이 책을 구매한 곳에서 북토크가 열린다는 소식을 받았다. 엥 그런데 모빌스 그룹이 온다는 것이다. 책에서 (나혼자) 실망한 그들을 직접 만나면 해소가 될 수 있을까하여 신청했고, 운이 좋게도 참석했다. 북토크에 참여하기 위해서 이 책을 한번 더 읽기로 했고, 모티비도 찾아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책이 재미없었던 이유는 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게 있었구나. 

모티비 영상을 보면서, 이들이 좋아졌고, 북토크를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면서 살아가는구나.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가 왜 세상에 필요한 지에 대해 더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나는 모춘, 대오, 소호가 누군지 파악도 안되던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고, 그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을 보면서 이들이 자신만의 장단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나는 이들에게서 내 해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내 장단을 만들어나가야 함을 깨달았다. 첫 번째 독서에서 느낀 바와 같이, 이들의 일하는 환경은 내가 일하는 환경과 매우 다르니까 말이다. 같은 해석인데,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첫 번째 독서에서의 내 태도와 두 번째 독서에서의 내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북토크를 마치고, 한번 더 이 책을 읽었다. 그래서 총 세 번, 이 책을 읽었다. 두 번 읽은 책은 있어도 세 번이나 읽은 책은 드물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내 해석이 재밌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이 책이 내 인생의 베스트는 아니다. 좋아하는 책은 한 번만 읽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 있게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내 삶에서 필요한 책임은 분명했기에 이사한 블로그의 첫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아, 참 좋은 독서였다.

잘 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모빌스 그룹을 만나고 2개월 정도가 흘렀다. 그동안 회사 내부는 많이 바뀌었고, 나도 변했다. 모빌스 그룹과 함께 나눈 이야기에서 적용한 부분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더 많았기에 사실 이들과 북토크를 한 게 실제로 있었던 일인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바꾸려 노력했지만 바꿀 수 없는 요소들이 회사에는 존재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자꾸 바뀌었고, 코로나는 더 심각해졌다. 회사 생활로 우울해진 날은 훨씬 더 많았지만, 퇴사는 할 수 없었다. 아직 내게는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 돈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돈이 가치보다 우선시 되는 생활은 8월이면 청산하고자 한다. 7월 월급을 끝으로, 학자금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기 때문이다.      

"잘 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모빌스 그룹이 내게 건네었던 위안의 문장이다. 언젠간 이들과 당당하게 마주하여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인터뷰할 날을 기대하며, 지난 회사 생활에 대해 회고해본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사람인데, 모빌스 그룹이 제일 부러웠던 지점이기도 하다. 모춘은 팀원들과의 티키타카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는데,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이 정말 중요함을 느낀다. 내가 마음이 맞지 않다고 느끼면 상대도 그러할 터, 누구의 탓이 아니다. 그래서 회사에 계속 다니려면 상대와 마음을 맞춰가던가 아니면 혼자 일하던가 해야 한다. 회사를 계속 다니면서 혼자 일 할 수는 없었던 내가 선택한 방식은 내 마음을 없애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상대는 절대로 마음을 맞추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함께 일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꼭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하기 힘들다. 그런데 내가 먼저 사과를 해도 상대는 사과하지 않으니, 그냥 내 마음을 비우는 수 밖에 없었던 날들의 반복이었다. 죄송합니다. 넵.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심지어 본인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잘못한 것 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학 생활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는 마음을 서로 맞춰 가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극히 일부가 그렇지 못했는데 그들과는 안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마음을 맞추려고 하지 않았을 뿐더러, 안 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시스템의 변화는 빠르게 일어나지 못했다. 특히 보고에 보고에 보고를 거쳐야 하는 현재 회사의 특성상, 역동적인 분위기는 일어날 수 없었다. 그런데 사람은 자꾸 바뀌고, 변화는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나는 그 중간에서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고인물과 흐르는 물 사이에서 회사 생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요소가 사람인 만큼,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만두고 새로 들어오고를 반복하며 느낀 점도 많고, 여전히 시간을 두고 지켜 볼 지점들도 있다. 

   

남들이 내게 건네었던 말인, 잘하고 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외치며, 이사한 블로그의 첫 번째 독서 기록을 마무리 해본다. 언젠가 나도 프리워커스가 되어 누군가에게 잘하고 있다는 말로 응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숭님의 조언처럼, 고민이 상쾌하게 풀리는 그 순간을 고대하며! ㅍㅇㅌ! 20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