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죽음을 등에 지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영사

제목만 보고 소설인 줄 알았는데, 실화라는 걸 깨닫고 안 읽을 수가 없었다.

✍ 한 줄 요약 : 죽음을 항상 등에 지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

📕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 :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살아있는 사람의 집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어서,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한다는 내용이 굉장히 낯설었다. 지난 1년 간 인터뷰 일을 하는 덕에, 내 집이 아닌 남의 집을 꽤 자주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친구가 급하게 자리를 비워야 했을 때 나 혼자 덩그러니 남의 집에 있는 기분은 정말 이상한데, 10년 넘게 본 고향 친구들을 인터뷰 했을 때조차 친구가 없는 친구의 집은 정말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사람도 없는 남의 집에, 그것도 죽은 사람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상상조차 하지 않았는데, 간접 경험이라는 독서의 장점을 최대로 끌어올린 책이 이 책이 아닐까 싶다. 타인의 일상은 나의 일상과 정말 다르구나. 

저자는 시를 전공한 뒤 출판업에서 일을 하고, 일본에서 죽은 이가 남긴 것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 후 특수청소 서비스 회사를 설립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 괜히 전문가가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책을 읽은 지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 오줌을 가득 담은 페트병 때문에 발 디딜 곳이 없었던 방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내용이 너무 강렬해서, 현관에서 페트병을 보는 상황에서 그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간접 경험을 했던 나도 이런데, 현장에 있었던 저자는 얼마나 색다른 상황을 겪었을까. 또, 그 상황을 정제된 문장으로 옮길 수 있는 탁월함에 감탄한다. 아무쪼록 본인의 이야기를 기록해주어 감사하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평생 몰랐을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고독사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주어 감사하다. 누구나 책을 펴낼 수 있는 시대에서 책으로 기록하고 기억 할 만한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고독사. 단어조차 고독하다.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타인과 교류를 많이 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친구를 만나러, 회사에 가는 일상이 고독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사실 옆 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데, 그 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알 턱이 있나. 최근에 화재 경보기가 오작동해서 대피한 적이 있는데, 그때서야 이 건물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산다는 걸 확인했었다. 

1인 가구인 내가 죽음에 대해 생각했던 경우가 세 가지 있다. 하나는 백신을 맞았을 때,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지? 애플워치를 끼고 자야 하냐? 라고 생각했던 경우. 두 번째는 화재 경보기 오작동으로 긴급 대피를 했던 경우. 마지막은 나 처럼 혼자 지내고 있는 아빠에 대해 생각했을 때. 공자가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떻게 아냐!" 라고 말한 게 떠오른다. 삶은 정말 의문 투성이다. 하지만 살아있으면, '착각'이라도 아는 것들이 생긴다. 그런데 죽음이라는 영역은 정말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죽은 이는 말이 없기 때문에 그 역사를 기록할 수도 없다. 저자는 죽은 이들의 공간을 청소하면서 죽은 이를 떠올린다. "누군가 이 지경으로 살아야했다면 그 마음은 지옥같았으리라"(99쪽)라며 "먹을 것도, 온기도, 누군가 찾아와 준 흔적도 없는 지하의 삶"에 대해 묘사한다. "하지만 이 집에 머무는 며칠 동안 그에 대한 의문을 거듭할 수록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곳에서 무엇을 보았든 그것은 그저 내 생각의 반영이라는 것이다"(101쪽) 주관적으로 주위를 파악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는 수도꼭지의 운명과 닮아있다. "수도꼭지의 아이러니는 누군가 씻는 데 도움이 되고자 만들어졌지만 결코 스스로 씻지 못한다는 것입니다"(348쪽) 인간의 삶이 죽음을 항상 동반하고 살아간다는 것, 스스로의 죽음 뒤의 풍경은 알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시나리오를 전공하는 학생과 인터뷰를 했던 내용을 기록하고자한다. 저자는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고 난 후, 일상과 죽음이 늘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죽음이라는 관념에 늘 접속 중인 것 같아요."(151쪽) 힘들지 않냐는 학생의 질문에 저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글쎄, 바로 그것을 잘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이 진짜 힘들고 괴로운 것인지...언제나 죽음에 관해 생각하다 보니 이것을 단순히 '괴롭다', 또는 '즐겁다'는 감각으로 나눌 수 없는 것 같아요...제 경우는 이제 스위치를 켜둔 채 잘 자는 편이 된 것 같아요." 이 내용이 기록되어있는 장의 제목은 '들깨'다. 농촌에서 친환경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에 반대하는 어르신의 말씀에 따르면, 가로등을 하나라도 놓으면 들깨가 다 죽는다고 한다. 저자는 '어두컴컴한 산골 마을이야 밝아지면 좋을 테지'하는 생각이 얼마나 농사를 모르고서하는 깜깜하고 막연한 것이었나라며, 들깨가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학생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쩌면 이제 괴로운지 어떤지도 모르고 그냥 버티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스스로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냥 견디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자주 받는 질문인데도 언제나 대답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도 사실은 그런 점을 무의식중에 외면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자살과 타살, 고독사, 사고사, 자연사...다양한 방식의 죽음이 있고, 그 현장엔 서로 다른 색깔과 형태가 있습니다.

하드웍스의 죽음학은 책상머리가 아니라 그런 죽음의 현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놀라움, 두려움,

역겨움의 반복은 결국 의문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의문이 쌓이고 쌓여 결국엔 연구하는 태도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끝인가?

                     죽음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죽음은 애도해야 할 일인가, 축하해야 할 일인가?
                     죽음은 고통인가, 황홀인가?

                     자살은 정말 나쁜 것이고, 막아야만 하는 일인가?

                     죽은 뒤에는 과연 어떤 세계가 펼쳐지는가?
                     죽음 뒤에는 '관찰하고 느끼는 나'라는 의식마저 소멸하는 것인가?

                     끝도 없는 의문과 의문들...

 

하드웍스는 블로그와 웹사이트, 저술을 통해서 죽음과 관련된 책과, 아티클, 영화, 미디어, 예술작품 등 다양한 자료들을

소개하며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리고 하드웍스의 생각들을 다양한 필진의 칼럼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죽음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논의가 마침내 나와 우리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근간이 되고,

삶의 본질을 이해하는 튼튼한 주춧돌 중 하나가 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 하드웍스 김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