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차ㅣN개의 일상ㅣ평온하지 못한 날의 기록ㅣ감정ㅣ가족ㅣ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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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미혼 여성으로 구성되어있으며 남성 역할도 여성이 연기한다는 '다카라즈카 가극단'이 텔레비전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폐막식을 보면서 오늘의 기록을 시작한다. 컨셉진 50일간 글쓰기 프로젝트 8일차, "오늘은 넘길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일단 시작하니 어느새 한 문단을 채웠다.  주제 분량도, 강제적인 억압도 없는 글쓰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포기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어떤 일을 하든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증을 지니고 있는 나는 종종 그래서 괴롭다. 서른이 되면 유연하게 행동하는 태도를 지닐 수 있을까? 미완의 20대가 차곡차곡 쌓여 얼른 유연해질 수 있는 내가 되기를 꿈꾼다. 특히나 몸이 피곤할 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조급해지는 마음은 남들에게 상처를 주게 한다. 상대가 아무리 잘못한 일이라 하더라도 내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되는데 동생에게 나는 종종 짜증을 내곤 한다. 고3인 동생의 입시를 도와주고 싶다가도 내 마음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동생의 모습을 보면, 내가 왜 얘의 입시에 혈안이 되어야 하나, 라며 허무함이 들곤 한다. 동생을 도와주고 싶은 건 내가 고3 이었을 때 혼자서 입시를 준비했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정 분위기는 급격히 나빠졌고, 입시를 혼자서 감내해야만 했을 때를 떠올리면, 동생이 혼자인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회사 휴가를 내고 오랜만에 집에 온 나는 휴가일 4일 중 3일을 동생의 일 처리를 하느라 시간을 보내서 지쳤고, 와중에 눈치 없는 동생의 한 행동에 의해 폭발했다. 동생은 예약했던 기차 표가 뜨지 않는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문의를 하라고 했다. 그로부터 3시간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아무 말이 없다가 외출 준비를 하는 순간 갑자기 표가 안 뜬다며 알렸다. 이때 나는 폭발한 것이다. 그걸 왜 이제 이야기하느냐 짜증을 내며 말이다. 사실 그리 화를 낼 일은 아니...

7일차ㅣN개의 일상ㅣ짧지만 강렬한 대화ㅣ알고리즘ㅣ우연ㅣ친구ㅣ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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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네에 온갖 직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준영의 표정은 고등학생 때와 변함이 없었다. 6개월 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제 본 것 같다며, 어젯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보게 된 영상에 대해 알려주었다. "게이가 살기 편한 동네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편견, 차별 등이 없이 잘 살 수 있었던 동네였데."라는 문장을 글로 되새기며,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이 여전히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다는 생각을 한다. 차별이 적은 동네에 살고 있는 한 개발자가 알고리즘에 대해 환멸을 느끼며 예측하지 않은 상황을 만드는 '우버' 같은 앱을 개발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본 준영이는 계획이나 목표를 세워가는 것이 중요한 'ENFJ'형 인간으로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앞선 이야기를 들으며 나 또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유튜브나 전자책 플랫폼에서 추천해주는 영상, 책을 보며 "참 신기하다 어찌 이렇게 내가 원하는 것만 추천해주지?"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영이에 의하면 결국 그것(정해진 목표, 틀)은 좁은 세계이고, 그 세계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은 삶에서 만족감은 크겠지만, 불편함으로부터 배우는 경험은 하지 못한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나 역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불편함을 느끼며 서로 맞춰가야 하는 과정을, 불편함을 없애려 노력하는 시간 자체가 점점 없어져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아갈 이유는 없겠구나. 좁은 세계, 자신만이 만족하는 세계가 있으면 그 이외의 것들은 모두 만족하지 못할 것이고, 자신만의 세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상황이 많을 인생이구나. (좁은 세계 내에서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그것대로 또 스트레스.)     짧지만 강렬한 대화, 20살 이후 준영이와 떨어져 지내며 느꼈던 우리의 순간을 요약한 어절이다. 고등학생 때 늘 학교에서 만났던 준영이와 나는 타 지역으로 대학 생활을 하게 되어 종종 안부를 묻...

6일차ㅣN개의 일상ㅣ정보 격차ㅣ기술ㅣ핀테크ㅣ아빠와 딸

  63년생 손영일과 97년생 손유희는 사는 삶이 너무도 다르다. 사람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술을 다룰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하는 지점이라 생각한다. 태어난 시대는 다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컨셉진 50일간 기록하기 프로젝트 6일차이자, 여름휴가 2일차인 오늘, 디지털 격차(정보 격차)에 의해 발생하는 '기술 소외 현상'에 대한 일상을 기록한다. 아빠와 함께 보낸 일상 중에 무수히 느꼈던, N개의 일상 중 하나로,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여러 번 아빠는 스마트폰을 내게 맡겼다. 타 지역에서 대학을 다녔기에 기숙사 짐을 빼야 하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만 고향에 왔었다. 자취를 하고 난 뒤에는 (거처가 있으니) 고향 집에 오는 날이 드물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집에 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아빠의 은행 업무 처리. 18시에 일을 마치고, 일요일에만 일을 쉬는 아빠의 일상에서 시간 내어 은행에 방문하는 것은 힘들었다. 어쩌다 시간을 내어 은행에 방문하면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전화로 처리를 해보려고 하지만 늘 복잡하다고 토로하셨다. 통화를 하면서 키패드를 누르고, 심지어는 다 누르지도 못했는데 다시 입력하라는 음성이 나올 때도 있다고 하셨다. 또한 어플을 이용하여 업무 처리를 한다는 것은 아빠에게 늘 새로운 도전이었다. 토스나 카뱅을 신뢰하지 못하는 아빠는 공인 인증서를 이용한 금융 생활을 하고 있었고, 몇 달에 한 번씩은 처리해내야 하는 비대면 업무에 어려움을 겪곤 하셨다.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여 이체하는 것도 당시에 반복적으로 몇 번을 하고 나서야 사용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복잡한 과정을 처리해내고 계신다. 그렇다고 타지에 있는 내게 매번 전화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늘 집에 오면 잘 안된다며 부탁을 하시곤 했다. 이번에 내게 맡겨진 임무는 통장을 해지하는 것이었다. 노트북을 앞에 두고 나는 아빠의 주민등록증, 공인인증서...

5일차ㅣN개의 일상ㅣ일본어 공부ㅣ기록ㅣ성취감ㅣ나로 살아가는 일상ㅣ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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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 50일간 글쓰기 프로젝트 5일차이자 여름 휴가 1일차, 늦잠을 자고 일어나 동생과 함께 집 밥을 먹고 낮잠을 잤다. 꼬꼬무 시즌1을 연속으로 보면서 깜빡 잠이 들어 4시까지는 그야말로 뒹굴거렸다고 할 수 있다. 중간 중간에 업무차 회사에서 자꾸 전화가 와서 출근한 기분이었지만 그 시간만 아니면 평안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건 역시 내 일상이 아니다. 뭐라도 해야 마음이 편했고, 짧게라도 나의 N가지 일상 중 하나를 완수해야했다. 저녁시간은 퇴근한 아빠와 함께 보내야 했으므로 내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남짓이었다. 일본어 공부를 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여름 휴가 짐을 쌀 때, 일본어 책을 챙겼었다. 아무리 휴가라 하지만 일본어 공부를 게을리 할 순 없었다. 게다가 이번 여름휴가는 일주일 가량이니, 배웠던 것도 까먹을 시간이었다. 고향에는 책상이 없어서 밥상에서 스터디 윗 미를 시작,,    삼십 분정도 지시 대명사(사물, 사람)가 들어간 문장을 익히고, 한 시간 동안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완전히 익히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히라가나는 고등학생 때 잠시 배운 적이 있어서, 헷갈리는 부분만 보완하니 10분 만에 완전히 터득할 수 있었다. 가타카나는 지난 달에 한 번 접한 적이 있는데, 다시 쓰려고 하니 생각이 나지 않았다.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유튜브에 가타가타라고 검색하여 그림으로 단어를 익힐 수 있는 영상을 우선적으로 보았다. 영어 단어를 익힐 때도 경선식 영단어를 재밌게 봤었는데, 일본어도 이런 식으로 공부하니 100%는 아니더라도 몇 개 정도는 그림을 연상하여 암기하는 방식이 도움이 되었다.   기록을 통해 점점 나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공부만 했더라면 성취감을 이정도까지는 못느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헷갈림 없이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표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빠...

4일차ㅣN개의 일상ㅣ생리ㅣ생리대ㅣ탐폰ㅣ생리컵ㅣ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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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처럼 습하고 더운 여름, 생리는 재앙이다. 화장실에 갈 때 생리대를 '숨겨서' 가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언제나 숨겨왔고, 당장 내 손에 생리대가 쥐어진다면 지금도 여전히,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생리대를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파우치 또는 소매 속에 숨겨서 들고 다녔던 생리대는 한 달에 일주일 가량은 꼭 필요하여 고정 지출로 나감에도 불구하고, 비싼 것을 사기도 싼 것을 사기도 망설였었다. 비싸면 생리대가 왜 이렇게 비싸라며, 싸면 안 좋은 성분이 들었거나 흡수력이 좋지 않은가라며 물었던 것이다. 또한 생리 기간 동안 사용하기 위해 구매했을 때 너무 많이 남거나 쓰려고 하면 또 없는 것을 그냥 받아들여 살아왔다. 생리대 구매부터 사용까지 언제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상이었다. 사실 생리대를 사용하는 경험이 싫었던 것인데, 자연 발생적으로 시작하여 없앨 수 없는 생리를 싫어한다고 착각해왔다. 컨셉진 50일간 글쓰기 프로젝트, 4일차는 N개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리하는 삶에 대해 기록한다. 정확히는 생리대에서 탐폰으로 바뀐 일상들, 그리고 생리컵을 알게 된 계기와 생리컵 사용을 위한 다짐이다.  이번 주부터 휴가라 고향에 가기 위한 짐을 싸는데, 생리일이 겹칠 수도 있어서 탐폰을 챙겼다. 생리대를 사용했던 예전에는 따로 생리대를 사거나 생리대 가방을 따로 챙겨야 할 정도로 성가셨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 매우 만족하며 일상을 보낸다. 고등학생 때까지 엄마, 또는 언니의 영향으로 집에 늘 있는 생리대를 사용했는데, 대학생이 되어 유튜버 김갈릭님의 영상을 즐겨보다가 '해피문데이'라는 회사를 발견했다. 생리대를 마트에서 사지 않고 정기 배송으로 받는 것에 1차, 생리 냄새가 거의 안 나는 것에 2차, 보풀이 일어나지 않는 것에 3차로 좋은 충격을 받으며 2년 정도를 해피문데이 생리대를 사용했다. 그리고 들었던 탐폰 출시 소식.  탐폰을 처음 구매하고 5번 정도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또...

3일차ㅣN개의 일상ㅣ회사 생활ㅣ사람ㅣ연대감ㅣ위로ㅣ자신감ㅣ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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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친구의 추천으로 한국장학재단의 '사회 리더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휴학을 하고 혼자서 신나게 책을 읽던 나는 다른 대학교 학생들, 그리고 멘토님과 함께 독서 경험을 나누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만난 친구들, 언니, 오빠와 여전히 연락하며 잘 지낸다. 구성원 모두가 좋기는 쉽지 않은데, 10기 멤버들은 정말 모두 내게 잘 해주어 감사했다.   10기의 기억이 좋았던 나는 2020년 11기에 한번 더 도전한다. 1년 사이 코로나19 라는 큰 변화가 있어서 한 달에 한번 모이기가 쉽지 않았고, 그나마 날을 잡더라도 10기 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구성원들간의 연대감 이 10기 구성원들보다 현저히 없었다는 게 나를 힘들게 했었다. 모두가 적극적이었던 10기와 달리 11기는 모두가 소극적이었다.  11기 멘토링이 끝나는 시점에 A(멘토)는 대전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있었고, 또래들이라면 있을법한 어학연수/토익/자격증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는 A를 따라 대전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한다. 용인에서 출퇴근을 해야 했기에 첫 한 달은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주일에 3일만 출근을 했었다. 첫 차를 타고 출근하여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버스에서 내리고, 첫 차를 놓칠까봐 잠을 제대로 못 잤던 1월이 지나고, 2월부터 정식으로 주 5일 출근을 하기로 계약을 했다. 이사까지 하면서 삶의 급격한 변화를 만들었던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답해서 울거나, 잠을 잘 못 자는 날들이 점점 늘었다. 출근한 지 이튿날, 칼퇴를 하냐며 눈치를 주던 A는 한 달 전쯤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고 회사를 도망치듯 떠났다. 1년 이상 근무했던 회사를 몇 시간 만에 다른 업무를 하는 동료에게 떠 넘겨버리고 (도망) 갔다. 회사에서 단 한 명과도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않고, 심지어 나에게조차 마지막으로 밥 한 끼 하자며 떠나 놓고 소식 한 통 오지 않았다. 그래도 나이가 적은 내가 ...

2일차ㅣN개의 일상ㅣ일본어 공부ㅣ글ㅣ책ㅣ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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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빠진 드라마가 있다. 고바야시 사토미가 나오는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드라마를 보며, 원목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공간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인물들의 대사, 상황, 출판사에서 일하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사토미 등 내용은 정말 취향저격) 취향은 더 확고해진다. 그리고 다짐했다. 일본어를 진짜 배워야겠다. 컨셉진 50일간 글쓰기 프로젝트, N개의 일상 중 하나의 일상으로 선택한 일본어 공부가 나의 굳건한 일상이 되는 날을 기대하며!  운명처럼 오늘 배울 단어에 '책'이 나왔다. 좋아하는 게 나오는 예문으로 즐겁게 공부했다.   '지브리 1시간 OST 재생'을 유튜브에 검색해서 틀어 놓고, 한 시간 동안 공부했다. 디즈니보다 지브리를 더 좋아하는 내게 누군가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물었을 때, <종이달>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영화를 본 지 오래되어 한번 더 본 뒤 확답하고 싶은데, 좋아한다고 대답했을 당시에는 연출과 이야기 모두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카모메 식당>도 좋아하고, 지브리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좋아한다고 말을 내뱉는 것은 그것을 확실히 좋아하는 것이다. 어물쩡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대학 때 처음 봤을 때도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다. 아, 나는 일본의 영상물을 좋아하는구나. 내 삶에서 책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껏 읽었던 책들 중,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 책은 두 가지다. 공교롭게도 둘 다 일본인이 저자다. 마스다 미리의 <오늘의 인생> 그리고 사노 요코의 <친애하는 미스터 최>(최정호 공동저자).  이 두 책을 정말 좋아한다. 또한 대학 때 불교 철학 수업을 수강했을 때가 떠오르는데, 당시 교수님은 일본어로 된 서적은 좋은 게 정말 많다며, 꼭 일본어를 배울 것을 강조하셨다. 언젠가 일본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