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ㅣN개의 일상ㅣ회사 생활ㅣ사람ㅣ연대감ㅣ위로ㅣ자신감ㅣ20대

 




2019년, 친구의 추천으로 한국장학재단의 '사회 리더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휴학을 하고 혼자서 신나게 책을 읽던 나는 다른 대학교 학생들, 그리고 멘토님과 함께 독서 경험을 나누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만난 친구들, 언니, 오빠와 여전히 연락하며 잘 지낸다. 구성원 모두가 좋기는 쉽지 않은데, 10기 멤버들은 정말 모두 내게 잘 해주어 감사했다. 


10기의 기억이 좋았던 나는 2020년 11기에 한번 더 도전한다. 1년 사이 코로나19 라는 큰 변화가 있어서 한 달에 한번 모이기가 쉽지 않았고, 그나마 날을 잡더라도 10기 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구성원들간의 연대감이 10기 구성원들보다 현저히 없었다는 게 나를 힘들게 했었다. 모두가 적극적이었던 10기와 달리 11기는 모두가 소극적이었다. 


11기 멘토링이 끝나는 시점에 A(멘토)는 대전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있었고, 또래들이라면 있을법한 어학연수/토익/자격증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는 A를 따라 대전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한다.


용인에서 출퇴근을 해야 했기에 첫 한 달은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주일에 3일만 출근을 했었다. 첫 차를 타고 출근하여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버스에서 내리고, 첫 차를 놓칠까봐 잠을 제대로 못 잤던 1월이 지나고, 2월부터 정식으로 주 5일 출근을 하기로 계약을 했다. 이사까지 하면서 삶의 급격한 변화를 만들었던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답해서 울거나, 잠을 잘 못 자는 날들이 점점 늘었다. 출근한 지 이튿날, 칼퇴를 하냐며 눈치를 주던 A는 한 달 전쯤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고 회사를 도망치듯 떠났다. 1년 이상 근무했던 회사를 몇 시간 만에 다른 업무를 하는 동료에게 떠 넘겨버리고 (도망) 갔다. 회사에서 단 한 명과도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않고, 심지어 나에게조차 마지막으로 밥 한 끼 하자며 떠나 놓고 소식 한 통 오지 않았다. 그래도 나이가 적은 내가 먼저 연락을 해야 하는걸까라며 잠시 고민했지만, 중간 관리자로서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밀린 월급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고 급여를 받아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있던 정이 모두 떨어졌다. 모두가 그를 욕했고, 괜히 내가 다 부끄러웠다. 이게 회사 생활인가? 처음 직장을 다녀서 비교할 대상이 없었던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의문을 느끼는 지점은 한 두 개가 아니다. N개의 일상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직장 생활에 대한 기록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한다. 유튜브에 위로 음악이라고 검색하는 빈도가 늘었다. 중학생 때 들었던 '혼자라고 생각말기'라는 노래는 지금도 위로가 된다.


아직 졸업 유예 상태라 대학생인데 회사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내게는 기회라기보다 시험에 가까웠다. 철저히 준비한 자만이 통과되는 시험 말이다. 인턴과 같은 개념으로 단순 온라인 채널 관리 및 기사 작성의 업무라 소개했던 A의 말은 거짓이었다. 회사는 나 같은 햇병아리를 원한 게 아니라 전문가를 필요로 했고, 졸지에 업무 경험이 없는 내가 업무에 허덕이는 그 순간에 A는 이제 가르쳐주기 지친다는 말을 내게 했다. 입사한 지 3개월 정도가 되었던 때였다.


시험이라면 답이라도 있지, 회사 생활에는 답이 없었다. 답이 없어서, 그저 A가 지시하는대로 따르는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것도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 문제는 A의 상부가 원하는 것이 A의 가치와 서로 충돌할 때가 너무 잦다는 것이었다. 시키는 대로 일을 했는데, 일은 일대로 하고 상부에서 욕은 욕대로 먹는다. A가 나가고 새로 온 B도 마찬가지다. 그들로부터 지시 받은 업무로 안 좋은 소리를 듣는 게 반복되어 성취감이란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스스로가 무능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이 회사에 꼭 필요한 존재인지에 대해서도 자주 고민한다. 버티는 게 맞는 건지, 일단 버티는 근성을 길러야 하는 건지 고민할 때가 많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여럿 바뀌었다.   


토익 성적을 높이고, 졸업에 필요한 서류들을 여유롭게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일 당장 출근을 해야 한다.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에는 화요일에 있을 업무 보고를 위해 늘 긴장한다. 긴장은 화요일 회의가 끝나기 전까지 계속되며, 점심시간은 늘 빠르게 지나간다. 한 번은 다른 부서 직원 C가 내게 고향이 아닌 대전에서 주말에 주로 무엇을 하냐고 물었다. 다른 부서지만 자리가 가까워 평소 인사를 주고 받거나 가벼운 농담, 간식거리들을 나누던 사람이었다. 늘 인사를 하면 상대방을 대하는 예의 같은 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C가 특별한 게 아니라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반 년이 넘게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 사생활을 드러내길 꺼리는 직원들과 함께 지내던 날들에 익숙해져서, 사실은 그들과 대화하는 걸 포기하고 C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는 C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하고 싶은거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회사생활 내 인간관계의 즐거움에, C가 주말 일정을 물어보는 게 새삼스러웠지만, 그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회사 생활을 하는지 아는 것을 중요하다는 걸 처음 느꼈었다. 회사 생활을 즐겁게 하는 사람들과 그 집단이 부러웠다. 그들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며 스스로가 감당하지 못한다면 업무를 공유하여 일을 넘겨 잘 처리하도록 했다. 도와주고, 같이 고민하는 과정을 함께 하는 그들은 늘 당당했고, 나는 그 자신감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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