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ㅣN개의 일상ㅣ생리ㅣ생리대ㅣ탐폰ㅣ생리컵ㅣ20대
컨셉진 50일간 글쓰기 프로젝트, 4일차는 N개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리하는 삶에 대해 기록한다. 정확히는 생리대에서 탐폰으로 바뀐 일상들, 그리고 생리컵을 알게 된 계기와 생리컵 사용을 위한 다짐이다.
이번 주부터 휴가라 고향에 가기 위한 짐을 싸는데, 생리일이 겹칠 수도 있어서 탐폰을 챙겼다. 생리대를 사용했던 예전에는 따로 생리대를 사거나 생리대 가방을 따로 챙겨야 할 정도로 성가셨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 매우 만족하며 일상을 보낸다. 고등학생 때까지 엄마, 또는 언니의 영향으로 집에 늘 있는 생리대를 사용했는데, 대학생이 되어 유튜버 김갈릭님의 영상을 즐겨보다가 '해피문데이'라는 회사를 발견했다. 생리대를 마트에서 사지 않고 정기 배송으로 받는 것에 1차, 생리 냄새가 거의 안 나는 것에 2차, 보풀이 일어나지 않는 것에 3차로 좋은 충격을 받으며 2년 정도를 해피문데이 생리대를 사용했다. 그리고 들었던 탐폰 출시 소식.
탐폰을 처음 구매하고 5번 정도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또한 밤에는 이불에 피가 샐까봐 오버나이트를 착용했었다. 불편함 없이 탐폰을 질에 넣는 걸 성공한 뒤에도 한 번은 어플리케이터를 너무 끝까지 밀어 넣어 질 안에 실이 들어가 식겁하기도 했었다. 산부인과에 가야하나라며 고민하다가 손가락을 넣어 실을 찾아 꺼내었는데, 생각보다 질 안쪽이 넓어서 생리컵 도전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탐폰 사용에 익숙해진 지금, 생리컵을 사용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 반영구적이라는 것이 선택의 가장 큰 요인이다. 나에게도 지구에게도 좋을 듯 하여.
작년 겨울, 김보람 감독의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를 통해 생리컵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주변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20대 여성들을 발견했었다. 열정적인 그들처럼 산다면 더 나은 삶이 되리라 확신했던 24살의 나는 20대와 (앞으로 내 미래가 될) 30대 여성의 삶에 대해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었고, 우리가 삶을 좀 더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로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20-30대 여성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한 끝에 '월경'이 떠올랐고 자료 조사를 하며 월경에 대한 사회의 무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생리에 대해 잘 모르고 함부로 말하거나, 여성들끼리도 서로의 월경 경험이 다르기에 이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모든 여성들이 월경을 경험하지만, 개인별로 월경경험이 다르다는 것이 당시의 내가 제기한 문제였다. 생리통도 생리양도 개개인마다 다르고,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것이 월경이다. 또한 나이대별, 출산경험 유무, 생리 자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등에 따라 월경의 경험이 다르니 여성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공유 되어야 함을 느꼈다.) 생리에 대해 자세하고 재밌게 기록한 <피의 연대기>에서 인터뷰를 하는 부분이 가장 좋았기에, 월경 경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알고 싶어서 구글폼에 질문지를 작성하여 공유했고, 다양한 친구들의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생리컵을 사용하는 친구는 주위에 단 한 명도 없다는 걸 발견했다.
일상을 좀 더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개선해야할까라는 고민을 했을 때, 생리에 대한 인식 개선 그리고 제품을 개선했을 때 좋았다는 대답을 다른 여성들과도 공유하고 싶다. 탐폰을 조금만 더 빨리 사용했었더라면, 생리로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심지어 친구들에게 짜증까지 내었던) 일상들을 겪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처녀막 이데올로기라는 이상한 이야기는 저 멀리 던져버리고, 생리대를 사용한다면 탐폰을 적극 추천한다. "얼마나 다르겠어?" 네 많이 다릅니다. 나 같이 겁 많고 찌질한 사람도 탐폰을 (대여섯번의 시도 끝에) 무사히(?) 시도하고 잘 사용하고 있으니 모두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나는 탐폰을 시도하기 위해 생리일이 기다려지기까지 하는 요상한 경험을 했다. 생리하는 날이 그렇게 싫었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이제는 완전히 생리컵으로 갈아타는 일상을 보내기 위해 계속해서 시도 할 예정이다. 생리에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들이 삶에서 자연스레 주어진 생리를 하는 경험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한 달에 일주일 간 멘탈이 흔들려지지 않고, 평안한 일상을 계속해서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모두들 즐거운 생리!
고향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오늘이 해피문데이 설립 4주년이라는 게시물을 발견하고 주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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