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ㅣN개의 일상ㅣ일본어 공부ㅣ글ㅣ책ㅣ20대
요즘 빠진 드라마가 있다. 고바야시 사토미가 나오는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드라마를 보며, 원목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공간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인물들의 대사, 상황, 출판사에서 일하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사토미 등 내용은 정말 취향저격) 취향은 더 확고해진다. 그리고 다짐했다. 일본어를 진짜 배워야겠다. 컨셉진 50일간 글쓰기 프로젝트, N개의 일상 중 하나의 일상으로 선택한 일본어 공부가 나의 굳건한 일상이 되는 날을 기대하며!
운명처럼 오늘 배울 단어에 '책'이 나왔다. 좋아하는 게 나오는 예문으로 즐겁게 공부했다.
'지브리 1시간 OST 재생'을 유튜브에 검색해서 틀어 놓고, 한 시간 동안 공부했다. 디즈니보다 지브리를 더 좋아하는 내게 누군가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물었을 때, <종이달>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영화를 본 지 오래되어 한번 더 본 뒤 확답하고 싶은데, 좋아한다고 대답했을 당시에는 연출과 이야기 모두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카모메 식당>도 좋아하고, 지브리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좋아한다고 말을 내뱉는 것은 그것을 확실히 좋아하는 것이다. 어물쩡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대학 때 처음 봤을 때도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다. 아, 나는 일본의 영상물을 좋아하는구나.내 삶에서 책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껏 읽었던 책들 중,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 책은 두 가지다. 공교롭게도 둘 다 일본인이 저자다. 마스다 미리의 <오늘의 인생> 그리고 사노 요코의 <친애하는 미스터 최>(최정호 공동저자). 이 두 책을 정말 좋아한다. 또한 대학 때 불교 철학 수업을 수강했을 때가 떠오르는데, 당시 교수님은 일본어로 된 서적은 좋은 게 정말 많다며, 꼭 일본어를 배울 것을 강조하셨다. 언젠가 일본어로 된 서적 한 권을 읽을 수 있을 날을 기대해본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들과 지브리의 OST를 우쿠렐레로 연주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우쿠렐레를 배우고 싶어 구매했는데, 구매한 지 1달 만에 방음이 안되는 원룸으로 이사를 와서 먼지만 쌓여있다. 나와 함께 우쿠렐레를 샀던 룸메이트 보경이는 음악 천재라 나와 떨어져 있던 6개월 동안 곡 하나를 칠 수 있다고 했다. 언젠가 보경이에게 우쿠렐레를 배우리라.
보경이는 음악 천재면서 동시에 언어 천재다. 그와 함께 동거하던 2020년의 자취방은 영어, 독일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가 난무했다. 아, 그리스어도 있다. 보경이는 그리스어와 독일어를 전공하고 중국인 친구와 자주 통화를 했다. 그리고 나와 자주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경이와 함께 살면서 언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도전은 늘 실패였다. 2년 전에도 4년 전에도 나는 언제나 내 세계를 넓히고자 언어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김태완, <나의 외국어 학습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새는 나는 법을 배우는 순간부터 일생 날기를 멈추지 않는다. 언어를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언어도 몸에 익히는 것이다. 언어를 배우려면 멈추지 말고 꾸준히 배워야 한다...(중략)...우리가 어떤 외국어를 배우려고 입문하는 순간 우리는 언어의 신생아가 된다...(중략)...한 언어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을 공부를 꾸준히 해야한다."(227쪽) 그리고 저자는 덧붙인다. 기계적 훈련이 숙련으로 이끈다(231쪽)라고. 꾸준한 기록이 중요한 컨셉진 프로젝트에서 일본어 공부를 하는 일상을 추가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공부하는 순간마다 떠오르는 것들을 기록하여, 하루의 기록으로 마무리를 하는 일상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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