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차ㅣN개의 일상ㅣ일확천금이 필요해ㅣ전세집 찾기ㅣ대학생ㅣ20대
여름 휴가가 끝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어제는 가장 많은 N개의 일상을 보냈는데, 10일차 기록을 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볼 시간에 컨셉진 기록을 했더라면, 조금 더 정성스럽게 어제의 일상을 마무리 했겠지만 역시 어제 저녁의 나는 그저 가만히 있고 싶었다.
10일차 일상 요약: 휴대폰 분실 사태▶기차 예약 변경▶김해 출발▶대전 도착▶코로나 검사▶짐, 집 정리▶저녁 식사▶넷플릭스
휴대폰을 분실한 탓에(다행히 되찾고) 정신없이 대전으로 도착하여 가장 먼저 한 일은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이었다. (오늘 아침에 문자로 음성 판정을 받고 안도했다.) 집에 오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넷플릭스를 보며 저녁을 먹는데 배도 부르고 긴장이 풀렸는지 그대로 뻗었다.
컨셉진 50일 글쓰기 프로젝트 11일차 기록은 어제의 일상에서 연장한다. 오늘은 오후 출근이라 늦게 일어나서 출근하여 집에 오는, 평범한 하루를 보냈기 때문이다. (휴가 후 출근은 지옥이었지만, 막상 일하니 또 할만 했다.) 어제 대전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를 완독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나 또한 '현재 월급만으로는 부족하고 일확천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빠와 함께 살 집이다.
여름 휴가 이후 내게는 안그래도 많은 N개의 일상들 중에 가장 중요한 일상이 생겼으니, 바로 아빠와 함께 살 집을 구하는 것이다. 아빠의 고향, 서울이라면 가장 좋겠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세집 찾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과연 나는 서울 또는 지방 어딘가에서 우리 집을 찾을 수 있을까? 이때까지 월세에만 익숙했던 나는 전세집 찾는 것이 하나의 모험과 같이 느껴진다. 돈에 대한 걱정보다 무지부터 탈출해야겠다. 월세집이든 전세집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발품이고, 찾고자 한다면 길이 있으리라 믿는다.
사실 아빠와 함께 살 집을 구하겠다는 생각은 작년 말부터였다. 4학년을 마무리하고 이사를 해야 하는 시점에서 서울에서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지 생각했었다. 가장 큰 걸림돌이 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대전에서 취업의 기회가 찾아왔고, 당장 일을 해야 했던 나는 큰 고민 없이 대전행을 택했다. 다사다난한 회사 생활을 겪으며 일을 하면서 졸업을 준비하는 일상이 녹록치 않아 많이 울기도 했었지만, 덕분에 대전이라는 도시에 대해 알아가면서 축구라는 새로운 취미도 생겼고, 무엇보다 학자금 대출을 예상보다 빨리 상환할 수 있었다. 그저 회사는 돈의 수단일 뿐 회사생활에서 얻는 배움과 기쁨이라기보다, 퇴근 후 일상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만족감이 올라갔다는 생각에 퇴사가 간절하지만 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대전에서 지내면서 아빠와 함께 살 집에 대해서도 종종 생각했었고, 이번 여름 휴가를 본가에서 보내면서 아빠와 서울로 갈 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빠는 우리 집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이 없다고 하셨고, 우선은 돈을 모으자고 결론을 내렸다. 아빠도 나도 혼자 지내면서 혼자서는 결코 집을 살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결과였다.
대학생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A그룹과 집에서 통학을 하는 B그룹으로 나누겠다. 대학생 때는 크게 차이가 없었던 A그룹과 B그룹은 취업 시기가 다가오자 각각 상이한 반응을 보였다. A그룹 친구들은 본가로 돌아가고 싶어했고, B그룹 친구들은 본가에서 나가고 싶어했다. A그룹과 B그룹에는 각각 취업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또 나눌 수 있는데, A그룹은 취업을 하든 하지 않든 혼자 사는 것에 지쳐 함께 살 사람을 구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B그룹은 취업을 하면 가족의 간섭을, 취업을 하지 않으면 눈칫밥에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찾는 경향을 보였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담이니 일반화 할 수는 없다.) A그룹이었던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하거나 자취를 하면서 방학 때만 종종 본가에 갔었는데, 지난 5년 동안 혼자 살아보니 혼자 지내는 아빠가 눈에 밟혔다. 또한 아빠는 내가 필요한 삶의 부분들이 있었고, 나 또한 아빠로부터 배울 삶의 지혜들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빠와 대화하는 게 즐거웠고 좀 더 많은 일상을 아빠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짙어졌다.
일확천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로또 당첨이나 장류진 작가의 소설 속 1ETH 에서 J곡선을 그리는 투자 성과는 나의 일상에서 일어나기에는 너무도 희박하다. 희망은 경제적 무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월급 이외의 자산 관리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알고 덤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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