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차ㅣN개의 일상ㅣ배움ㅣ유튜브ㅣ여유ㅣ복지ㅣ20대



아는 것이 힘이라는 문장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이메일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잘 쓰는 것인가? 이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저 사람은 저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누구의 말을 따라 결과물을 내야 할까? 결과 데이터를 엑셀에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외국어 공부를 하려면 새벽이나 주말에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는 것일까? 주로 문서 작성과 관련된 고민을 하면서 부족한 실력으로 그때 그때마다 업무 쳐내기에 지친 나는 스스로에게 되내이던 주문(유유히)을 또 잊고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아는 것은 정말로 힘이다. 몰라서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은 요즘이다. 알고 나면 허무해하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어떨 때는 회사의 사람들이 나를 가르쳐주지 않는게 아니라 이들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게 아닌지 생각을 할 때도 있고, 모든 회사가 신입 사원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라면 회사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인지, 하나하나 물어볼 수 없듯이 하나하나 가르쳐줄 수도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답답한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회사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퇴사를 하던지, 아니면 자립력을 키우는 것이다. 조급한 마음을 추스리고 하나씩 배워 나가기로 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홀로 시작할 수 밖에.

우선 엑셀부터 파헤친다. 취업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나 스펙이랄 게 하나도 없었던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유튜브다. '엑셀'이라는 단어를 치자마자 수 많은 영상들이 나왔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엑셀 실무 강의' 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기초 강의로 선택했던 2시간 30여분 짜리 강의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메일 관련 꿀팁 영상도 몇 개 찾아보면서 스스로 개선할 점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유튜브는 이미 포화 시장이라 엑셀이나 PPT 관련 영상이 많은건 당연했다. 혼자서 시간을 보낼 때, n시간 짜리 노래들을 자주 틀어 놓는 나는 종종 마음에 드는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곤 했는데, 그렇게 알게 된 노래들을 친구들과 함께 들으면 "이런 노래는 어디서 알았어?"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런 노래들의 대부분은 유튜브에서 알 수 있었다. 유튜브에 있는 노래는 음원 사이트에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비대면 생활에 익숙해진 요즘 비대면 강좌와 이를 다루는 플랫폼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배움에 대한 열망은 시대와 문화권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였으니 관련 산업은 더 증가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영상 편집, 홈트, 브랜딩, 영어 등 엑셀 이외에도 유튜브에서 배우고 있는 것이 많았다. 엑셀 다음은 PPT를 배울 예정이다. 또한 단어장을 사지 않아도 될 만큼 영어와 일본어 관련 회화 및 단어 관련 영상은 수도 없이 많았다. 유튜브로 배울 수 없는 것들도 많겠지만, 배움이 부족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일단 많다는 점에서 더 많은 영상을 시청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최대한 배우는 것. 앞으로의 일상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까지 지난 시간 나는 끊임없이 배워왔는데, '그 시간들이 정말로 있었던 것일까'라며 지금 내게 닥친 것들을 새로운 마음으로 배우고 있다. 재작년에 논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후배들과 논문을 작성하면서 배움은 끝이 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금 느낀다. 배움은 정말 끝이 없다.   


또한, 배운다는 것은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때 여유는 물질적인 여유와 정신적인 여유 두 가지 모두를 의미한다. 배움을 위해서는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마음가짐을 잘 지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도 투자 해야 한다. 그래서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는 과거보다 지금, 사람들 간에 더욱 큰 격차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강연, 강좌 등 유튜브를 비롯하여 디지털 세계에서 펼쳐지는 배움의 장은 유료 결제를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대부분의 영상이 공짜인 유튜브도 프리미엄을 통해 광고를 제거하면 배우는 시간의 질이 훨씬 달라진다. '퍼블리'라는 유료앱도 배움에 투자하려는 생각이 없었다면, 그 돈마저 아껴야 할 만큼 나의 재정 상황이 어려웠다면, 결제하지 않았을 것이고, 퍼블리를 통해 회사 생활에서 소소한 팁들을 실천해 나갔던 내 생활은 180도 바뀌었을 것이다. 일단사 일표음의 선비 정신을 지니고 있지 않는 이상, 여유가 결국 경제적 여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부인 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비단 회사 생활이나 언어 공부 등에만 배움의 영역이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로 마지막 문단을 채우고 싶다. 살아가면서 복지 정보를 '몰라서' 혜택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복지 제도를 아주 잘 알아서, 재정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더 잘 살아간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알지만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가 현재 내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다. 특히 복잡한 관공서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이 복지를 신청하는 복잡한 절차에 지쳐서 포기하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사실 인터넷을 이용하면 훨씬 더 편리하지만 종종 공인인증서나 복잡한 보안 시스템을 설치하고 설치하고 설치하다보면 컴퓨터에 익숙한 나 조차도 지칠 때가 많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최대한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생각했던 오늘의 일상은 새로운 것을 배웠기 때문에 즐거우면서도 동시에 씁쓸하다


*광복절인 오늘,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을 3부까지 읽었다. 히로시마에 조선인이 많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서 부끄러우면서도, 오늘 내가 배우며 살아갈 수 있었던 것에 감사했다. 『쇼코의 미소』를 읽으며 울었듯이, 오늘도 최은영 작가의 문장들을 읽으며 울었다. 최은영 작가의 다음작에는 또 어떤 문장들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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