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차ㅣN개의 일상ㅣ솔직한 대화ㅣ친구ㅣ20대
25살, 누군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임신을 하거나 결혼을 했고, 또 누군가는 부모님과 함께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졸업 유예 상태에서 취업을 한 나는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여름 휴가 중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 혜란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가 점점 친구들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사실 오늘 혜란이를 만나서 하고 싶었던 주제에 나 또한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남들보다 이른 취업 생활에 회사에서 고민거리가 있어도 속마음을 당장 풀 만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고, 더 이상 술을 마시며 아무 생각없이 노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그저 내가 살아가는 일상에 큰 기복없이 평탄하게 유지해 나가는 것들, 그러니까 꾸준히 언어 공부를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때에 맞춰 밥을 먹거나 잠을 자며, 쉬는 시간에는 넷플릭스를 보거나 책과 잡지를 읽고 싶다며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삶을 진지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혜란이는 내가 느끼는 것들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간 중간에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긍정성, 웃음, 천진난만함. 글을 쓰는 나를 자랑스러워하며 자신의 친구들에게 자랑했다고 했을 때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기뻤다. 이른 취업에 말 못할 눈치를 봤었는데, 진심어린 응원이라는 게 어떤 건지 느꼈기 때문이다. 4시간 동안 혜란이와 대화를 나누며, 덕분에 여름 휴가 막바지에서 힐링을 했다는 생각을 했고, 컨셉진 50일간 글쓰기 프로젝트에 기록하기로 했다. 우리는 아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사실 힘이 든다.
살아왔던 N개의 일상들 중 혜란이와는 많은 시간을 함께 했었다. 앞으로 살아갈 N개의 일상에서 혜란이는 가끔 함께 하겠지만, 서로를 대하는 진심 어린 마음은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취업을 하기 전에, 취업을 하고도, 퇴사를 하고도, 각자 살아갈 길을 계속해서 찾아나가야하는 우리가 계속해서 잘 살아내기를, 할머니가 되어서라도 "그때, 25살 때 우리 되게 열심히 살았었는데" 라며 웃으며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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