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차ㅣN개의 일상ㅣ2019년ㅣ독서모임ㅣ후배들ㅣ문화콘텐츠ㅣ20대




 열심히도 살았던 2019년 일상에 대한 기록.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생긴 이후, 피드는 영구적인 공유, 스토리는 사라지는 기록으로 이용한다. 스토리를 영구 보관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겨 폴더를 만들기도 했었지만, 대부분 나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속 게시물들은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공유는 하고 싶지만 계속해서 보고 싶지는 않은 것들, 음식 사진이나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과의 태그 놀이, 웃긴 짤, 셀피, 순간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책 속의 한 페이지 같은 것들 말이다. 반면에, 계속해서 보고 싶은 기록들은 피드에 올린다. 유의미한 기록들,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 같은 것들이다.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들은 스토리로 공유해서 사라지게 했다. 그런데 구글 블로그로 옮긴 이후에는 처음으로 피드에 블로그 글을 캡처해서 올렸으니, 바로 13일차 컨셉진 프로젝트 기록이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에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업로드 하고 깨달았다. 23살의 관계들에 대해 안적었구나. 까맣게 몰랐다. 코로나가 먼저 떠올랐을 만큼 24살의 기억이 강렬했기에 23살을 적는걸 놓쳤나? 실제로 23살을 보냈던 2019년이 너무도 멀게 느껴진다.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는 일상이 정말 꿈만 같다며, 꿈 같았던 23살은 어떤 문장으로 적었을지 생각해보았는데, 따로 기록으로 남겨둬야 할 만큼 참 좋았다는 생각에, 14일차 기록으로 남기기로 한다. N개의 일상 중 독서 모임이라는 일상이 포함되어있었던 좋았던 때였다. 2019년도, 코로나19가 오기 직전의 해에 나는 복학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선택이었다. 휴학했을 당시 김해 생활에 만족하여 자퇴를 고민했었는데, 그랬더라면 19년도에 만났던 사람들을 못 만났을 것인데, 독서 모임 사람들, 사랑하는 후배들을 만나지 못했겠다는 생각을 하자 아찔했다. 또한 복학을 했기에, 2020년도에 함께 자취를 했던 보경이와의 인연도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었다. 김해에서 계속 지냈더라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또 다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을 수도 있었겠으나, 역시나 2019년도에 교류했던 사람들과 함께 보냈던 일상은 잊을 수 없는 생활이었다. 코로나19가 너무도 강력해서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2019년도의 일상들을 요약하여 기록해보자! 



💛북튜버와 독서모임



2018년 하반기의 북튜버 생활은 한국장학재단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 10기 '행복한 책읽기'의 생활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책은 혼자 읽을 때도 재밌지만, 함께 읽으니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정말 즐거운 일임을 이때 깨달았다. 이들과는 책에 대한 이야기 이외에 통하는 주제들이 많았고, 진심으로 대화의 즐거움을 느꼈었다. 혼자서 책을 읽고 리뷰하는 영상을 만들던 나는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영상을 만들었고, 북튜버는 그만두었지만 독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은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각기 다른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내면서 좀 더 넓은 세상에 대해 배워갔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블로그인스타그램에서 더 길게 이어졌고, 책의 형태로 한 권씩 간직하는 걸로 마무리를 했다.



독서모임 사람들 중 은체라는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의 순간들을 특히 잊을 수 없는데, 동갑내기였던 우리는 빠르게 친해졌고, 의견을 공유했고, 격려했고, 공감했다. 코로나 이후에도 시험 준비와 취업 생활로 각기 다른 삶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마음껏 만날 수 있었던 2019년도처럼 만큼 자주 못 만났고 나는 종종 은체의 일상을 궁금해하곤 했다.  

 

그런데 몇 주전에 은체가 두 번째로 시험을 치기 전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며 연락을 해왔고, 1년 반 만에 만난 그 순간에 나는 우리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동시에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으니까 너무 슬퍼서 눈물이 고였다. 단발에 앞머리가 있었던 우리는 긴머리에 앞머리를 없애고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다시 만나 대화했다. 여전히 은체는 귀엽고, 참 예뻤고, 소중했다. 옛날 그대로이면서도 조금은 단단해진 모습으로 변화된 점이 느껴져서, 앞으로도 은체가 그런 식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내가 은체를 담백한 사람의 대명사로 느끼게 되었다. 


8월은 은체의 생일이 있는 달이라 과거에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들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한다. 그리고 은체를 생각하자, 다른 인연들 또한 자연스레 생각이 났다.   


💛동양철학학회와 후배들

2019년에 복학을 하고 전공 수업을 듣는데, 동양 철학을 혼자 공부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당시 활성화가 잘 되어있었던 서양철학학회들(토론, 예술, 철학사 등 학회도 학회원들도 많았다.)에 비해 동양철학학회 '동사무소'(외대 유일무이한 동양철학학회)는 누가 있는지 조차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청강을 했던 첫 날, 조용하면서 할 일을 하는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선후배들의 논어 발제를 눈 앞에서 보고는 바로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2019년 1학기 학회장이었던 혜람이와 짝꿍이 된 나는 혜람이의 당당함에 매료되었고, 빠르게 친해졌다. (알고보니 우리는 MBTI 찰떡궁합이었다.) 동양철학학회에서는 고전을 원문으로 읽고 발제를 하면서 토론식으로 공부를 해갔다. 학기가 끝나고 방학 때도 『논어』를 읽고 틈틈이 술을 마시며(?) 공부를 했고, 2학기에는 학회장까지 맡으면서 즐겁게 3학년을 보냈다. 


혜람이를 비롯하여 다양한 선후배들을 동사무소를 매개로 알게 되었는데, 총장배인문학토론대회 운영을 함께 하자며 연락을 해 온 문선오빠와도 인연이 맺어졌다. 그곳에서 홍주라는 후배를 알게 되었고, 홍주와 혜람이가 동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두 사람과는 대학 생활을 끝낸 지금도 연락을 꾸준히 하면서 지낼 만큼 잘 통하였는데, 고민이 있을 때나 이사를 할 때와 같이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늘 도움을 주어 고마움을 많이 느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2019년이 지나고, 2020년에 4학년 생활의 80%를 비대면으로 지냈었는데(2학기 초반에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였다.), 대학 생활을 후회 없이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냈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던 데에는 3학년 때 만났던 즐거운 인연들 덕이 크다. 


💛이중전공 변경, 문화콘텐츠학과

휴학을 하기 전에 나는 영어통번역학을 이중전공으로 선택했었다. 그런데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넘치고 넘쳤고, 무엇보다 주술 관계가 확실한 영어 문장을 읽고 쓰는 것보다 형용사가 다채로운 한국어 문장을 읽고 쓰는 걸 더 좋아했던 게 학교 생활에 회의감을 들게 했다. 무작정 책을 읽기 위해 휴학을 하고 북튜버라는 새로운 자아로 다시 복학을 했고, 한글과 한국어로 된 문장을 더 좋아하게 된 상태에서 이중전공을 변경할 지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는데 2학년 때 알게 된 후배 휘진이가 고민 상담을 잘 해주었다. 


  

휘진이와는 인문학토론대회를 함께하며 홍주와 또 셋이 만나기도 했었는데, 셋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정말 좋아하는 순간이지만 둘만 있을 때의 밀도 높은 대화 또한 내가 사랑하는 순간이었다. 휘진이는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한다고 느꼈는데, 그것은 휘진이가 말을 조심하기 때문이었다. 설령 휘진 자신이 틀린 선택을 했다 느꼈더라도 그럴 때마다 휘진이는 진심으로 반성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나는 휘진이를 참 좋아했고, 지금도 휘진이의 결정을 응원한다. 지금 축구를 하게 된 것도 휘진이의 밀도 높은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었으며, 한 때 동네 주민이었지만 내가 이사를 해서 예전처럼 자주 못 만나게 된 지금 종종 휘진이와 함께 했던 그 순간들을 추억하곤 한다. 블로그에 휘진이와 함께 했던 순간을 기록한 포스팅을 보는 건 이럴 때마다 위안을 준다. 



 
휘진이의 조언과 응원에 힘입어 담당 교수님께 상담 요청 메일을 보냈던 나는 2019년 2학기부터 휘진이와 문화콘텐츠학 수업을 함께 들으며 왜 진작 문화콘텐츠학을 선택하지 않았을까라는 짧은 후회의 순간을 거쳐, 지금이라도 바꾸어 다행이라며 만족하며 졸업 학점을 채울 수 있었다. 3학기 동안 들어왔던 영어통번역학의 학점은 자선으로 넘어가고, 3학기 동안 문화콘텐츠학에서 졸업 이수학점을 채워야 해서 바쁜 학기를 보냈지만, 그만큼 많은 것들을 짧은 시간 안에 배울 수 있었고, 그래서 공부가 부족하기에 졸업 이후에도 문화콘텐츠와 관련한 진로를 선택하여 배워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큐멘터리 PD를 꿈꾸며 철학과에 입학했었던 내가 대학 생활을 하는 지난 5년 동안 미디어 산업은 빠르게 변화되는 디지털 사회에서 그 어떤 영역보다 빠르게 변했다. 더 이상 EBS, KBS를 고집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생긴 것이다. 다양한 플랫폼들의 경쟁 속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영상 콘텐츠와 더 공부하고 싶은 출판 콘텐츠 사이 어딘가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명확하게는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현재 제조업을 지원하는 기관의 홍보 담당 직무를 경험해나가면서 경력을 쌓아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홍보하며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우선은 1년에서 2년 사이의 경력을 쌓고, 스스로의 가치를 올려가면서 틈틈이 졸업 준비(전공 논문 작성 2개, 토익 시험)를 하여 이직하는 것이 목표다.



💛2019-2020-2021-...

한국장학재단 10기 독서모임은 11기 취창업분야 멘토링으로 이어졌고, 당시에 만난 멘토의 추천으로 지금의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우울한 회사 생활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이어지게 된 2019년의 일상들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상황이 닥쳤을 때의 마음가짐!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다. 7개월 동안 정말 다사다난했는데, 남은 4개월을 못버틸까! 아자!!!! 또한 2019년도에 만났던 사람들은 2020년을 거쳐 2021년까지 느슨하지만 이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2020년에 만났던 사람들은 2019년에 만났던 사람들보다는 좀 더 연결된 채로 지내고 있고, 2021년에 만나는 사람들은 내 일상과 단단히 연결되어있어서 종종 부담스럽지만 어떻게 거리를 두고 잘 지낼 지에 대해 고민하며 지낸다.


그 누구보다 내 일상을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어한다. 일상을 공유하는 범위에는 스스로도 포함된다. 종종 사는 대로 생각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이다. 혼자서만 독단적으로 살아간다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저 행동해버리면 된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며 배워가는 삶의 즐거움을 느꼈다. 만나는 사람들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했는데 그렇게 배워가며 살아가는 삶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삶의 중심은 나지만, 나만을 위해 살아간다기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게, 그때 생겨난 가치들을 느끼며 살아가는 게 참 좋았다. 이때 기록하는 행위와 기록을 공유하는 것은 좋은 수단이 된다. 그래서 컨셉진 50일간 기록하는 프로젝트에도 재밌게 참여하고 있다. 어제 잊어버렸던 2019년의 한 줄 요약으로 오늘의 기록을 끝낸다. 23살, 그 어떤 해보다 사람들과 교류하며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 많았던 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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